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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커피도
뒷끝이 깨끗해야 좋죠”
“커피는 내 운명” 허형만 씨
<!-- 서론 내용 -->

“좋은 커피와 좋은 술, 좋은 사람의 공통점은 뒤끝이 깨끗하고 향기가 있다는 것이죠. 진짜 멋진 사람은 뒤끝이 없고, 뒷모습까지 멋진 사람 아닌가요?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에 관한 이야기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라며 손님을 맞는 허형만(49) 씨. 그는 에스프레소나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커피매니아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간 그의 커피집에는 예상대로 은은하고 기분 좋은 커피향이 가득하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끝없는 노력

ⓒ뉴스한국

전철역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허형만 커피집’ 8평정도 크기의 가게 안에는 대형과 소형 배전기 두 대와 그린빈(생커피콩)이 담긴 여러 자루의 포대가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가게 오픈시간 전에 찾아갔지만 달랑 두 개뿐인 테이블에는 이미 교통봉사를 마친 학부모들이 둘러앉아 있다.
그가 운영하는 커피집의 공식 오픈시간은 오전 10시. 하지만 그가 가게에 나오는 시간은 아침 7시다. 손님들이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그는 매일 아침 커피를 볶는다. 커피를 볶을 때 퍼져 나오는 향기는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그가 처음 커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 제대 후 커피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다. 18년이 넘는 시간을 커피와 함께한 그의 커피사랑은 유난하다. 그린빈 수입부터 커피관련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한 그는 2001년 3월 회사를 퇴직한 후 정확히 100일째 되던 날 커피집을 오픈했다. 그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평생직장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커피집은 정년이 없어서 좋다”며 “앞으로 40년 이상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인테리어보다는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그의 의지로 커피숍 내부는 다른 커피숍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점 만점에 6점짜리 인테리어다. 그렇다고 맛까지 다른 집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새벽마다 커피를 볶는 수고는 차치하더라도,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손으로 물을 붓는 것)식 추출로 커피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반 커피와는 맛과 향이 차별화된다. 신선한 맛과 향 그리고 정성이 더해진 ‘허형만식 커피’는 그래서 늘 인기다.

그는 “커피는 볶을 때와 분쇄할 때 향기가 가장 좋다. 특히 원두를 미리 분쇄해 두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추출 직전에 분쇄해야 커피의 맛과 향이 오래간다”며 “커피를 볶은 지 7~15일 정도가 지나면 산화작용으로 커피의 맛은 씁쓸해지고 담배처럼 쾨쾨한 냄새만 남는다. 그래서 하루 필요한 양의 커피만 볶아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원두의 종류는 총 12가지. 맛도 이름도 다른 커피를 한 가지씩 볶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그는 볶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일이 로스팅(볶는 과정)일지까지 기록하는 열정을 보인다.

그의 집에 찾아오는 손님의 3분의 2는 단골손님이다. 그의 커피 집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주는 단골들이 더욱 고맙기만 하다. 대부분 입소문을 듣고 왔다며 찾아왔다가 단골이 된 경우다. 인위적인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찾아온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에게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는 남다른 서비스정신도 한몫하고 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객만족이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라도 고객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래서 그의 커피집을 처음 방문해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할 지 고민하는 손님에게는 질문을 통해 그 사람에게 가장 맞는 커피를 찾아준다. “단맛 좋아하세요?”, “진하게 해드릴까요? 연하게 해드릴까요?” 등 연신 질문을 던지며 그 사람이 좋아할만한 커피 맛을 찾아준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할 때 주의하라며 한 가지 당부사항도 잊지 않는다. “커피숍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 ‘여기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럼 대답하는 사람도 애매해진다. 왜냐면 ‘다 맛있어요’라고 대답하면 묻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여기서 제일 인기 있는 커피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그의 커피집이 다른 커피숍과 다른 점은 마시는 커피뿐만 아니라 볶은 커피도 판매한다는 것이다. 사실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보다 볶은 커피를 사려고 오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커피집을 ‘커피 방앗간’이라고 부른다.
그는 매출의 80% 이상을 볶은 커피 판매로 얻고 싶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요즘은 인스턴트커피에 익숙해져 원두커피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볶은 커피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커피의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좋은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볶은 커피는 주로 일반 개인이나 사무실, 레스토랑, 커피숍 등에서 많이 주문하는데, 서울지역의 경우 허형만 씨가 매일 오후 2시부터 직접 배달을 한다. 지방의 경우 택배를 이용하는데 포항, 전남 광주, 강화도 등 여러 지역으로 보내질 커피를 포장하는 손이 바쁘기만 하다.


커피의 향과 맛 그리고 인생을 배우는 커피스쿨

매주 수요일 열리는 커피스쿨.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한 방법을 전수하는 자리다. 커피숍을 운영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단지 커피가 좋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  ⓒ뉴스한국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대목이 바로 ‘커피스쿨’이다. 그는 초급, 중급, 창업단계 등 총 3가지 코스의 커피스쿨을 운영 중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초급수업이다. 커피숍을 오픈하려는 사람과 단순히 커피가 좋아서 배우려는 사람이 반반 정도의 비율이다. 수업에 늦으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호응이 대단하다. 많이 올 때는 30명 이상이 모이기도 한다. 초급과정을 마치고 나면 신청자에 한해 중급반 수업을 진행한다. 화요일 저녁과 목요일 오전, 오후로 나뉘어 총 세 차례의 수업이 있다. 한 수업 당 8명을 정원으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 커피숍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밖에도 창업을 위해 찾아온 경우 맨투맨 수업을 하기도 한다.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시작한 커피스쿨이기 때문에 별도의 수업료가 없다. 다만, 당일 실습에 사용한 커피값(5천원) 정도만 받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다. 현재 약 1200여명이 커피스쿨을 통해 커피를 배웠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창업을 했다.

그는 ‘교학상장(敎學相長 -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서로 성장함)’이라는 말로써 커피교실의 의미를 설명한다. “머릿속에 커피에 대한 정보는 많았지만 전혀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커피스쿨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교육방식이나 순서 등을 정립해가다 보니 나 스스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겸손해 한다.

허형만 씨는 커피의 원재료인 그린빈을 고르는 일부터 볶아서 추출하는 모든 과정을 프로의식을 갖고 임한다. 그래서 가끔 커피숍 운영을 쉽게 생각하거나 ‘할 일 없으면 커피숍이나 하지 뭐’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상하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며 “적어도 커피숍을 운영하려면 몇 달 전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인테리어가 예쁜 집에 가서 사진도 찍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서는 맛도 비교해가며 연구를 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 없이 쉽게 생각하고 덜컥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특히 “맛있는 커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 맛을 좋게 하려면 4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 번째는 그린빈이 좋아야 한다. 두 번째는 잘 볶아야 한다. 커피콩이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세 번째는 볶은 커피를 잘 보관해야 한다. 주로 냉장보관을 하는데 확실하게 밀봉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가장 알맞게 추출을 하는 것이다. 불완전 혹은 과다추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커피의 20%만 추출하는 것이 가장 맛있고 너무 많이 추출하면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맛까지 추출되어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는 “좋은 쓴맛, 신맛, 단맛 그리고 뒤끝이 개운하면서 입안에 향기가 감도는 이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진 것이 좋은 커피다. 그리고 식어도 맛있는 커피가 진짜 맛있는 커피”라고 설명한 뒤 “나는 최고의 커피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내가 만든 커피의 결점을 찾아서 그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기 위해 더 노력한다. 결국 모든 결점이 고쳐지면 최고로 맛있는 커피만 남게 될 테니까요”라며 그만의 커피학개론을 펼친다. 또한 커피도 문화상품이라고 말하는 그는 “외국인들조차 한국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그가 운영하는 커피스쿨을 통해 진정한 커피 맛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조만간 그의 소망이 이뤄지지 않을까?


박구미 기자 <!-- <!-- badtag filtered -->-->pgm@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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